태백산
2.23(토), 맑음. 산정상부근에는 바람이 불고 약간의 눈 흩날림.
KS45 친구들과 금년들어 3번째 가는 산행이다. 7시 20분 서초구민회관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집에서 간단히 20여분이면 될 것으로 판단하고 현관문을 나섰는데 생각대로 버스가 오질 않는다. 조바심에 택시를 잡는다. 예정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약속장소에는 전국 곳곳으로 가는 등산객들과 이들을 태우려는 차량들로 북썩인다.
예정시간보다 무려 17분이나 늦게 차가 도착한다. 이럴줄 알았으면 비싼 택시비 안 들여도 되었을 거란 생각을 하면서 차에 오르니 맨 뒷자리란다. 사실 여행에서 자리가 그 기분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뒷자리라니... 하는 기분 좋지 않은 생각이 먼저 든다. 할 수 있나.주최측에서 좌석 배정을 그렇게 했다니 그에 따를 수 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이 좋지 않은 기분은 나중에 현실로 나타나는 전조가 되리란 생각을 아무도 하질 못했다. 복정역에서 일행을 마지막으로 태운 버스는 목적지 태백산을 향해 달린다. 40인석 차량은 만석이다. 몇개 산악회가 조인을 한 모양인데 여러부류의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기대를 하는지 한참을 웅성거리면서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우리 일행은 12명, 차량의 뒷좌석을 점령하고 그간 못했던- 마치 집나간 식구들을 다시 만난 듯 - 주제 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남의 이야기에 참견도 하고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도 하면서 가끔씩 어디쯤 가고 있나 하는 호기심에 창밖을 내다보기도 하지만, 도통 뒷자리에 앉은 탓에 갑갑하기 이를 데 없다. 단지 앞 사람들의 뒷 모습만 그저 무의미 하게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속으로 씩 웃곤한다.
차가 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인터체인지로 나와 제천방향으로 가다가 제천휴게소에 정차를 한다. 간단하게 식사등 볼일을 보고 8시 50분까지 탑승하라는 가이드안내에 따라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간단히 우동한그릇을 2명이서 나누어 먹는다. 그리고 또 그 뒷자리에 앉는다. 어디쯤 갔을까! 갑자기 차가 구불구불길로 접어든다. 태백출신인 친구가 하는 말 '영월 어디 쯤 가고 있단다' 그런데 갑자기 차가 우당탕하면서 크게 비틀거린다. 뒷자리에 앉은 나는 깜짝놀라 긴장하면서 순간적으로 의자를 꽉 잡는다. 뒷자리라 안전벨트가 없어 메지 않은 것이 머리에 스친다. 차는 굴곡이 심한 내리막길에서 두어번 더 휘청거리더니 이내 안정을 찾고 달리기를 계속한다. 휴! 하는 생각과 함께 아찔한 순간이 몇번을 머리속에서 지나간다.
화방재에 이르니 등산객과 이들을 싣고온 관광버스 등으로 북적댄다. 우리를 태운차는 조금 더 진행하여 유일사 매표소 입구 광장에 우리를 내려 놓는다. 가이드가 안내를 한 대로 정확히 11시 쯤 산행을 시작한다. 처음부터 눈이 다져진 길은 그리 경사가 심한 곳은 아닌데 미끄러워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한 20여분 오르다가 아이젠을 발에 차고 계속 산을 오른다. 유일사까지 이어진 이 길은 차량이 통행할 수 있을 정도의 넓고 잘 닥여진 길 같은데, 눈이 한 50여Cm 이상 쌓여 있어 스틱으로 길옆을 찌르니 푹들어가는 것이 아마 그곳에 발이라도빠지면 결코 편할 것 같지 않은 생각이 든다. 유일사 조금 못 미친곳에 이르니 화방재입구에서 오는 길과 합쳐진다. 사실 그쪽에서 오는 길이 - 길이 거리는 100여m 더 길지만, 화방재의 높이가 유일사입구 매표소보다 고도가 100여m 더 높기 때문에 - 유일사입구 매표소에서 오는 것보다 편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 코스를 선호하는 것 같다.
유일사를 지나고 부터는 길이 좁다. 이제 본격적인 등산로 - 산길이다. 그런데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내려오는 사람들을 만날때마다 시간이 걸린다. 내려오는 사람들은 그들 대로 올라가는 사람들은 또 내려오는 사람때문에 시간이 지체되고...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기분이 상하고 또 많은 사람들과 몸을 부딛혀야 하는 괴로움도 생긴다. 유일사를 지나 주목지대에 이르기 전에 바람이 많이 불어 갑자기 몸에 한기를 느낀다. 그래서 예비로 가져온 잠바를 속에 껴입는다. - 나중에 느낀 것이지만 이게 잘 못된 행동이었다. 사실 예비 옷은 휴식등 땀이 식을 때 입어야 되는데 한참 오르다가 입으니 찬 바람은 막아 좋으나 땀은 더나고 걷기가 힘들다. 땀도 나고 옷도 많이 입어 경치구경도 하지 못하고 앞만보고 그냥 걷다가 큰일 날뻔 했다. 앞에 늘어진 나무가지(사실은 줄기처럼 굵다)를 정면으로 들이 받았다. 목이 아마 자라목처럼 쏙 들어간 느낌이었다. 다시 목을 뺄 요량으로 손으로 목을 늘려보기도 했다, 아파서 눈물이 나기도 했지만 .....
주목지대...
주목마다 관리번호가 부여되어 있다. 그리고 썩은 곳은 시멘트같은 것으로 깨끗하게 감싸 발라놓은 것을 보니 도립공원이라서 그런지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느낌이다. 커다란 주목 한 그루를 기념으로 촬영을 했다. 그런데 너무 날씨가 추워 사실 손이 시렵다. 카메라를 꺼내기도 싫을 정도다. 주목을 찍으면서 맞은편을 보니 함백산이 빤히 보인다. 친구 영수는 말한다. 함백산의 "함"자는 크다는 의미를 가진말로 원래 함백산이 태백산이 아닌가 한다는 것을 말한다. 사실 듣고 보니 그런것 같기도 하다.
장군봉(1,567m)
태백산의 최고봉이다. 장군봉에는 각이 진 돌담 안에 제단이 있다. 너무 추워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그저 앞쪽만 바라본다. 그래도 경치는 장관이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작은 나무에는 눈꽃이 피어있다. 그러나 많지는 않다. 아마도 습기가 차고 바람이 더 세게 불면 장관일 거란 생각을 해본다. 아무리 추워도 이 장관은 남겨두고 싶어 얼어붙은 손으로 장군봉에서 천제단을 바라보고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장군봉 정상 제단
장군봉에서 바라본 천제단
천제단(1560m)
춥고 배고프고 발이 잘 떨어지지 않았지만, 12시 30분 경 드디어 천제단에 이르러 보니 사람이 워낙 천제단 안으로 들어가는 것 조차 어렵다. 그 좁은 공간에서 떡 등을 차려놓고 제를 지내는 사람, 그곳을 사진 찍는 사람 등등.... 천제단은 약간 타원형으로 된 돌담으로 둘러 싸여있다. 그리고 천제단위에 한배검이라는 비석이 있다. 한배검은 대종교에서 단군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복잡하고 또 복잡하다. 천제단 조금 떨어진 곳에 "태백산"이라는 표지석이 있다. 이것을 사진찍으려고 몇 분을 기다렸으나 밀려오는 기념 사진찍는 사람들로 인해 태백산 글자 전부가 카메라에 들어오게 촬영이 불가능 했다
천제단 위에 한배검이라는 비석이 서있습니다. -- 산제를 지내는 북새통 속에서 이들을 비집고 가까스로 한 장 찍었습니다.
천제단 입구에서 같이 간 친구들과 ... (천제단은 타원형의 돌담 안에 있습니다)
천제단 근처에 있는 태백산 표지석을 배경으로 한 장 찍으려고 음식을 먹다가 다시 천제단까지 뛰어갔지만 사람이 너무 많고 또 추워서 그만두고 표지석만 찍었습니다.
천제단 조금 아래부분에서 친구들과 가져온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너무 추워 정말 어떻게 먹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떨고 있는 것은 나만인것 같았다. 다들 열심히 먹는데- 사실 나도 먹는데는 열심이었다- 너무 추워 먹다 말고 일어나서 깡총깡총 뛰어다녔다. 천제단까지 뛰어 갔다 다시 내려오기도 했다.
내려오면서
단군사당, 망경사 등은 자세히 보지도 못하고 그냥 지나쳤다. 사실 4시 10분에 차가 출발한다고 했으니 그 시간 이전에 하산을해야한다. 천제단에서 망경사 (2.2Km), 반재를 거쳐 당골까지(2.2Km) 그져 앞만 보고 하산을 했다.
태백산 안내도(반재에 있는)
<산행코스>
유일사매표소 ---2.3Km -- 유일사 -- 1.7Km -- 장군봉--0.5Km-- 천제단 -- (망경사) --2.2Km --- 반재 --2.2Km -- 당골광장
<총산행시간>
유일사매표소출발 11시 - 천제단 12시 30분경 -- (1시 10분경 하산시작) - 3시 20분경 당골광장 도착
장군봉 조금 못 가서...
주목지대에서 한백산을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