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여행

결혼 기념일 여행 2(소매물도)

서동해 2008. 3. 19. 11:03

3.16(일), 맑음

 

소매물도 가는 길

새벽 5시 50분 집사람을 깨우니 평소와는 다르게 한 번에 일어난다. 매물도 가는 배표를 구해야 한다. 여객선 터미널에 문의를 하니 예매는 하지 않는단다.(단 20명 이상 단체는 예매가 가능하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선착순 매표'란다. 늦으면 배표를 사지 못해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아, 부지런히 체크 아웃을 하고 통영 여객터미널 매표소에 도착하여 배표를 사고 보니 6시 32분이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지만 아침을 먹기에는 부족한 것 같아 근처의 김밥집에서 소위 충무김밥를 3인분 구입했다. 50분 쯤 배를 타고 보니 아직 빈 자리가 많이 남아있다. 속으로"그러면 그렇지 이렇게 이른 시간에 섬에 가는 사람들이 많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자리도 넉넉하기에 김밥을 펼쳐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잘 못된 생각과 행동이라는 것이 곧 밝혀진다. 단체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아 잠시 후 주위가 북적거리면서 배 좌석이 꽉찬다. 펼쳐놓은 김밥을 어떻게 할 수도 없어 꾸역꾸역 다 먹기는 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도 미안한 생각이 든다. 아마 집사람도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아무 말도 안한다. 배는 시간에 맞추어 출항을 한다. 비진도 -- 달력이나  또는 어떤 광고물 사진에서 본 섬이다. --내항, 외항을 거쳐 소매물도에 1시간 20여분 걸려 도착한다.

 

우리가 타고 간 배가 소매물도 선착장에 정박한 모습입니다.

 

 집사람이 소매물도 선착장에서 섬을 배경으로 한 장 찰칵....

 

 소매물도

선착장에는 소매물도 안내판이 우리를 맞이한다.

간단하면서도 어딘가 가야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단순히 거기에 가기 위해서 온 것 같은 그리고 섬 안내판은 우리가 반드시 거기에 가야야만 될 것이라고 일러주는 그런 느낌이다. 안내판도 간단하다.  

 

안내판이 일러주는대로 등대섬을 향하여 발길을 옮긴다. 내가 판단하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섬에 내린 모든 사람들이  등대섬을 향하고 나는 그저 그들의 뒤를 따라 걸으면 된다. 좁은 언덕길에 사람들로 붐벼 한참을 쉬다가 뒤 늦게 그들이 사라진 곳으로 향한다. 몇 채 안되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그 사이로 길이 산 정상으로 나 있다. 섬에 있는 집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이곳의 집들도 조그맣고 나무보다는 흙과 돌로 지어졌으며 처마가 낮고 담장은 그저 허름한 울타로 되어있다. 그나마 몇 채의 집은 비어있고 곧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잠시 언덕길을 오르다 뒤돌아 보니 멀리 바위섬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후박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아마도 사람들 손을 덜 타서 후박나무가 저렇게 군락을 이루고 있을 게다.

 

폐교부지에서

 망태봉 가는길에 능선에 오르니 이 좁은 섬에도 약간의 공터가 눈에 띈다. 그리고 언덕배기 좌측으로 울창한 동백숲이 보이고 그 사이에 섬에서는 제법 큼직한 구조물이 있다. 정문은 사람이 출입을 할 수 없도록 못질이 되어 있고 "출입금지"라는 표시도 어김없이 있다. 그 정문 옆으로 사람들이 살짝 들락날락한 흔적이 보인다. 그런데 그곳에도 "출입금지""쓰레기 버리면 처벌...."하는 문구가 있다. 그래도 호기심에 들어가지 말라는 글이 씌여진 판자를 넘어 운동장으로 들어선다. 10여년전에 폐교된 이학교를 그 동안 졸업한 학생이 131명이나 된단다. 오랜 역사를 가진 학교였지만 아마도 학생이 없어서 폐교된 것 같다. 문득 어려서 다니던 시골 국민학교가 생각난다. 그 당시에는 꽤 많은 학생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백여명도 안되는 학생이 다닌단다. 그래서 언제 폐교가 될지 아니면 분교가 될지도 모른단다.

 

 매물도초등학교 소매물도분교(폐교)

 

 폐교 정문 우측에 세워진 비석

 

 폐교 우측에 있는 동백나무 군락지

 

망태봉

폐교터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다시 발 걸음을 옮기니 바로 이정표가 나타난다. 오른 쪽으로 가면 망태봉, 직진하면 등대섬 가는길이다. 망태봉으로 오르다 보니 동백나무 터널이 있다. 작은 동백나무들이 무리를 이루고 그 사이로 길이 나 있는데, 재미있어 보여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기술이 없는지 아니면 숲속이라 그런지 사진이 잘 찍히질 않는다. 동백나무 터널을 지나니 산에 축대같은 것이 쌓여있다. 그리고 오래된 화장실이 있고 주위에는 사람들 배설물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정말 이먼 섬에도 저런 보기 싫은 것들이 있다니.. 하는 생각에 좋은 여행기분이 망쳐지는 것 같다. 그런데 더 나를 흥분하게 한 것은 다 허물어져 가는 그래서 보기에도 흉한 건물 잔해가 망태봉 정상에 있은 것이다. 예전에 누군가 어떤 목적에 의해서 만들어졌을 텐데 지금은 관리가 되질 않아 흉물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나중에 주민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이 건물 잔해는 세관에서 밀수선을 감시하던 전망대란다. 예전에는 이곳 소매물도가 일본과 가까운 곳에 있어 밀수선을 감시하기 좋은 장소였는데 지금은 그 감시 업무를 다른 곳으로 옮겼단다. 그렇다면 관계부처에서 이 흉물스런 건물을 치우던지 정비를 했어야 하는데 그 대로 방치한 것이리라....

 폐교에서 조금 가면 이런 이정표가 나오고.... (폐교는 선착장 방향에 있음)

 

 위 이정표 근처에 핀 동백꽃(이번 여행시 시기가 늦어 동백꽃은 거의 지고 몇 송이 보이질 않았다) 

 

 이정표에서 망태봉으로 오르다 보면 오른쪽 샛길에 이런 동백나무 터널이 있는데...(잘 보이지 않으니 주의 깊게 보시길...)

 

등대섬 가는길

망태봉에서 등대섬까지는 거의 벼랑길이다. 가물어 길에서 흙먼지가 많이 났다. 좌측으로는 천길만길 낭떠러지다. 멀리 시원한 바다가 보이지만 그리고 그 위에 떠 있는 섬들이 매우 정겹게 느껴지지만 그들을 감상하면서 길을 걷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잘 못하다간 아찔한 낭떠러지로 떨어질지도 모르니 주의하며 걸을 수 밖에....등대섬으로 가기전 공룡바위 근처에서 배에서 먹고 남은 김밥 1인분을 먹었다. 시원한 바다를 등지고 집사람하고 둘이서 비록 다 식은 충무김밥이지만 행복하고 맛있게 먹었다.  김밥을 먹고 100개가 넘는 계단도 걸어 내려가 등대섬으로 향한다. 소매물도에서 등대섬으로 가기위해서는 열목이라는 곳을 지나야 되는데,이곳은 바다로 되어 있어 물이 빠져야만 양섬의 왕래가 가능한 것처럼 통영의 관광안내나 여객터미널 등의 소매물도 안내서에는 '물갈라지는 시간'이 나온다. 그런데 실제로 건너가 보니 물갈라지는 시간이 아니라도 건널 수 있었다. 그리고 바위에 나타난 흔적으로 보아 평상시에는 물이 빠지지 않아도 통행이 가능할 것 같다. 다만 사리때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망태봉을 내려오다 등대섬을 배경으로 찰칵(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등뒤로 바다로 이어지는 100여개가 넘는 철계단이 있다)

 

집사람과 같이 충무김밥을 먹은 공룡바위(전면에 한사람은 앉아있고 한 사람은 서 있는 곳)  

 

공룡바위에서 바라본 등대섬 

 

 소매물도에서 등대섬에 이르는 "열목"이라는 곳(물길이 열려야 통행이 가능하다)

 

등대섬에서

생각보다는 깔끔하다는 느낌이다. 항로표지관리인들이 사는 집들이 그렇고 등대에 이르는 길이 나무계단으로 잘 만들어져 있다. 등대에 이르는 길옆의 화장실도 깔끔하게 지어져 있고(다만, 물이 부족해서 그런지...) 아쉬운 것은 등대섬에서는 등대섬 전체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등대섬(소매물도도 마찬가지지만) 곳곳에 자생하는 소나무들이 일부는 고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개발의 영향인지 아니면 사람들의 출입이 잦아서 그런지 그도 아니면 자연적인 현상인지는 모르지만 아뭏든 수십 수백년을 자랐을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등대섬 뒷편에 있는 남근바위

 

 등대섬을 내려오다 화장실 못미쳐 계단 주변에서 발견한 꽃(가을에 피는 쑥부쟁이 같아서...????)

 

 집사람이 등대섬을 배경으로

 

 등대섬에서 소매물도 공룡바위를 뒤로 하고..(멀리 보이는 곳은 대매물도)

 

매물도를 떠나면서

선착장 주변에 있는 찻집에서 차 한 잔을 시켜 마시면서 주인장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소매물도 땅의 90% 정도를 어떤 외지인(서울사람)이 샀으며 지금 그 사람이 소매물도에 펜션 비슷한 건물을 짓고 있단다. 그러면서 그 곳 공사장의 흙을 무단 방치하고 있어 장마라도 지면 그 흙이 쓸려내려올 것이고 그러면 작은 배들을 계류하는 선착장 일부가 못 쓰게 될 터인데 그게 걱정이란다. 하기야 내가 보아도 그곳의 공사장은 섬 규모에 비하여 맞지 않는 것 같았으나 그 곳 땅 대부분을 그 사람이 소유하고 있고 그 땅을 빌어 집을 짓고 사는 주민들은 불평한번 못한다. 그러니 대규모 건물이 들어서고 그러면 식수 부족은 물론 쓰레기 등 생활폐기물 문제도 심각하게 발생할 것 같아 우울한 생각이 먼저 든다.

 

배터에서 멍게, 굴, 해삼 등을 한 접시 사서 맛만 본다. 그래도 이 곳 섬에 왔으니 뭔가 이곳에 떨어뜨리고 가야지 하는 생각에....

그런데 이곳 아주머니들 장사속 또한 만만치 않다. 흥정할 때와 물건을 내 줄 때가 완전히 달랐다. 돌 멍게가 먹고 싶었는데 돌 멍게 대신 우렁쉥이를 준다. 한 마디로 화를 내니 마지못해 돌 멍게로 바꿔준다. 세상에......

 

소매물도를 떠나 매물도로 향하던 중 배 뒷편에서 바다구경을 하다가 집사람의 모자가 바람에 날려 바다에 빠졌다. 집사람은 그 모자를 천문산 여행에서 산 것이라며 너무 아까워한다. 그런데 어쩌라 이미 모자는 바다로 날아가 버렸고 배는 계속 통영으로 가고 있는데....

소매물도를 12시 20분에 출발한 배는 매물도 - 비진도를 거쳐 1시 50분 경에 통영항에 도착을 한다.

 배에서 바라본 대매물도항 전경

 

<소매물도 가는 길>

통영여객선 터미널 ~ 소매물도

오전 07:00, 11:00(토, 일요일), 14:00(소매물도~통영 8:15, 12:20, 15:20)

요금 : 왕복 25,200원

 

(통영여객터미널 보다는 거제도에서 가는 것이 시간(약 50분 소요) 및 요금(왕복 18,000원)면에서 유리